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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빠가 생리 시작한 딸에게 하는 말과 행동,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

by **jj** 202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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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다 보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특히 여자 아이를 대하는 것은 아빠로서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2차 성징이 나타난 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의 문제는 정말 당황스럽다.

 

어른이 돼가는 딸, 어려운 것은 사춘기만이 아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들이나 딸이나 순간순간이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대처하는 방법을 나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점차 자식들이 커가면서 그 터득해야 하는 방법들이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엄마가 아들을 대할 때 그리고 아빠가 딸을 대할 때 어려움의 크기는 더 커져 간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틀어 박힐 때 사춘기가 왔다는 정도는 나도 짐작할 수 있다. 사춘기쯤이야 나 자신도 그 언젠가 겪어 봤기에 대충 그의 마음을 혹은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감잡을 수 있기에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가 어떻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을지 조금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몸의 변화는 어렵다. 

 

 

40대가 접어들고 나서 간혹 친구들 사이에 자문아닌 자문을 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어느 날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딸아이가 생리를 시작했는데 선물을 사줘야 하나? 아니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인데 사실 나도 아직 경험이 없어 둘이 고민만 하다 결론 없이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나에게도 같은 일이 닥쳤을 때 나 역시도 전화를 하게 되더라. 

 

엄마가 있으니 알아서 잘 준비해 주겠냐만은 아빠로서 뭔가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의 고민은 당연히 하게 된다. 축하 선물을 사줘야 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척하는게 나을까 아니야 그래도 기쁜 일이라고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줘야 할 거야 등등 퇴근시간까지 고민에 고민을 그렇게 많이 한 적이 없는 것 같을 정도였다. 

 

자문과 검색을 한다.

이미 경험이 있는 주변 아빠들에게 물어봐도 다 다른 말들을 하는 통에 오히려 더 헷갈린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온통 생리를 시작한 아이에게 사줘야 하는 것들에 대한 광고만 나온다. 아이 엄마한테 물어보니 케익이나 하나 사 오라고 한다. 케이크 하나 사가는 따위야 뭐 대수겠냐만은 사가서 그다음은 어쩌라는 거냐? 그냥 축하한다라고 말이나 하란다.

 

결국 혼자 생각을 정리한다. 케익은 사 오라니까 기본적으로 사가야 하는 거고 말과 행동 그리고 선물(?) 등의 기타 부수적인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고 퇴근을 한다. 

 

쫄지 말고 부딪히자

2가지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는 해야 할 말과 또 다른 하나는 해야 할 행동. 행동에는 선물도 포함이다.

 

첫째, 아빠라고 모른 척 넘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누군가는 관심이 없는 일이라거나 혹은 누군가에게는 숨겨야 한다는 일일 수 있다는 개념을 생기게 해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아이는 앞으로 커가면서 몸의 변화가 계속 생길 텐데 모든 변화에 스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집에 들어가서 방에 있는 아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아빠는 아직 어린 아이라고 생각을 해 왔는데 벌써 이 정도까지 커주어 기쁘다는 얘기를 해준다. 하지만 길게 하지 않는다. 일단 두 문장 이상 넘어가면 아이들은 잔소리로 인식한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는 더욱 그렇다. 나는 '꼰대' 아빠가 되는 건 싫다. 아이는 "됐어~"라고 하지만 웃는다. 

 

둘째, 행동하려면 당사자에게 물어 보자

매우 중요한 것 같은데, 뭔가 하려면 아이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빠 혼자 축하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쌓여 시끌벅적하게 뛰어다니면 아이의 성향에 따라 싫어할 수 있다. 그러니 물어보자. "아빠는 축하를 해주고 싶은데 넌 어떻게 해주길 원하니?"

 

결국 그날 저녁 사 가지고 간 케이크는 촛불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조용히 딴 얘기를 하며 그냥 먹었다. 아이가 그러길 원했다. 그리곤 용돈을 원하길래 선물 대신 큰맘 먹고 용돈을 주었고 아이는 다시 본인 방으로 들어갔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빠가 본인만 생각해서 케이크에 촛불 밝히고 시끄럽게 온 동네 떠나가라는 듯했으면 아이는 오히려 더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방문 닫듯 아빠에게는 마음도 닫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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